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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07 전환의 힌트, 코스모신소재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2-11-15 09:17:22
  • 조회수 340

커버스토리+ 다가올 미래를 미리 경험한 코스모신소재

최근 사회는 산업 전환(디지털 전환, 탈탄소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처음 경험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 기업, 노동조합, 시민사회, 그러니까 모든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대책은 세워보려 하고 있지만 확신은 없는 상황이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참조를 할 수 있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를 미리 경험한 곳을 찾아봤다. 지난 11월 23일 충북 충주에 소재한 코스모신소재에서 한국노총 화학노련 코스모신소재노동조합과 코스모신소재 경영관리팀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코스모신소재를 소개합니다
원래는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물건들이 꽤나 있다. 그중 ‘비디오 테이프’도 하나이다. 저장매체의 발달로 CD, DVD, USB 등 편이한 수단으로 비디오 테이프는 대체됐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발달과 보급으로 사람들은 영상물을 보기 위해 CD, DVD, USB 같은 별도의 저장매체를 찾지 않는다.

찾지 않는 물건이 생긴다는 건 찾지 않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과 기업의 노동자들이 큰 위험에 빠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 세계 ‘비디오 테이프’ 시장을 석권하던 새한미디어가 그랬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까지 비디오 테이프 시장은 급속도로 축소된다. 비디오를 틀면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나레이션이 나왔는데, 그 비디오를 만들던 새한미디어 구성원들에게는 기술 변화와 시장의 변화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었다.

10년의 워크아웃 기간이 모든 걸 말해준다. 1967년 설립된 새한미디어는 승승장구하다 비디오 테이프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들며 2000년 워크아웃을 신청한다. 그룹사로 성장했으나 많은 사업 부문을 정리했다. 인천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그러면서 워크아웃 기간에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새한미디어 구성원들은 10년이라는 각고의 시간 끝에 전환의 실마리를 찾고 돌파구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새한미디어는 코스모그룹의 계열사인 코스모화학에 인수되며 사명을 코스모신소재로 바꿨다.


워크아웃 고비를 넘기고
전환을 가능하게 만든 이유들

코스모신소재 노사가 공유한 키워드는 생존이었다. 충주에서 만난 코스모신소재 노사에게 기나긴 워크아웃을 어떻게 버텼냐, 사양 산업에서 벗어나 전환의 실마리는 어떻게 찾았냐 등 여러 가지를 물었다. 노사는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조합도 2000년 워크아웃 시작의 길목에서 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결성됐다. 현재 노동조합 이육일 위원장은 당시 발기인 중 한 명이었다. 2000년 7명으로 시작한 노동조합은 현재 219명으로 커졌다. 전체 직원 340명 중 64%에 해당한다. 이렇게 2000년부터 노사의 살아남기 위한 분투는 여러 가지로 분화돼 나타났다.

① 노동조합의 활발한 참여

코스모신소재노동조합은 워크아웃 시기에 만들어져 워크아웃을 어떻게 벗어날지, 인력 운용 계획은 어떻게 변하는지, 그래서 그것들이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회사에 목소리를 끊임없이 냈다. 노사협의회로 드러나는데, 분기별 꾸준한 노사협회의를 통해 회사의 경영 방향과 경영실적을 노동조합도 점검했다. 인력 운용 계획에 대해서는 노사가 논의했다.

비디오 테이프 생산이 아닌 다른 사업 부문으로 넘어가는 데에서도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여러 가지 사업 부문을 회사가 제시하면 노동조합이 검토하고 의견을 전달했다. DVD 접착제, LCD 필름, 토너, 2차 전지 양극활 물질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에 대한 노사의 열린 논의가 있었다.

워크아웃 시기에는 채권단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비용의 합리화라는 이유로 비품 하나 사려고 해도 채권단의 승인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품은 물론이고 인건비에도 상당히 까다로운 입장을 고수한다. 그래서 채권단과 노동조합의 관계는 긴장이 높은데, 기업금융 대출 기한을 연장하고 액수를 늘리기 위해 이육일 위원장이 자금 운용을 쥐고 있는 채권단을 직접 만나 설득한 일도 있었다.

② 투명성

사용자 측은 투명성을 가지고 노동조합을 만났다. 2000년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 새한미디어(현 코스모신소재)는 분식회계로 숫자 상 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이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워크아웃 직후 사용자 측이 투명성을 기조로 삼은 것일 수 있으나, 투명한 태도는 노동조합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낼 계기로 작용했다. 결국 노사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협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됐다.

③ 전문성

수많은 협의와 생존을 강구하다보니 노사가 전문가가 됐다. 전문성이 높아지며 워크아웃을 어떻게 졸업할지, 노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어떻게 줄일지 여러 대안들이 나왔다. 협의 수준이 올라가 발전적 협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노사가 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미래 먹거리를 논했다.


④ 기술의 연장

코스모신소재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 개발이다. 현재 이형 필름, 양극활 물질이 효자 종목이다. 이형 필름은 적층 세라믹 콘덴서의 본체를 만들 때 사용된다. 적층 세라믹 콘데서는 전자 제품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어 그만큼 이형 필름 수요도 높다. 또한 전자 제품의 소형화가 되면서 작은 적층 세라믹 콘데서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이형 필름이 얇으면 얇을수록 좋은데, 그 기술을 코스모신소재가 보유하고 있다. 양극활 물질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수요가 많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물질이다.

코스모신소재가 이러한 기술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연장’ 덕분이다.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 때 활용했던 기술이 뒷받침 해줬다. 비디오 테이프 필름을 수없이 많이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형 필름도 얇고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다. 비디오 테이프에는 자성물질을 입혀야 했는데, 이 기술을 분체 기술이라고 부른다. 분체 기술은 양극활 물질을 만드는 데 접목이 됐다. 이처럼 없었던 기술을 새로 개발하고 학습한 것은 아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결과이다.

⑤ 조직문화

노동조합의 참여와 기술의 개발 등 여러 활동들을 한 그릇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조직문화였다. 두 가지 조직문화가 받쳐줘 전환을 시도할 수 있었고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시행착오에 대한 관대함이다. 무엇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시도는 필수적이었고, 시도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에 엄격하지 않아야 했다. 물론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실수는 문제이다. 비디오 테이프에서 이형 필름과 양극활 물질 등으로 생산을 전환하는 기술의 연장이었으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공정상 변수는 항상 발생했다. 이육일 위원장은 당시 숙련될 때까지 시도해보고 착오를 복기해보는 길밖에 없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산업안전을 준수하는 문화이다. 웃픈(웃기고 슬픈) 이야기이지만 워크아웃 초기 ‘돈도 못 받는데 다치지라도 말자’는 인식이 있었다. 코스모신소재노동조합의 산업안전보건 활동은 높은 수준으로 이뤄진다. 아주 경미한 사고까지 작업을 중지하고 경위서를 작성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보고된다. 예를 들어 종이를 넘기다 손끝을 베여도 작업장 산업안전보건 활동의 대상이 된다. 이렇듯 높은 수준의 산업안전으로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인식이 퍼졌다. 워크아웃으로 사람의 귀중함이 떨어지는 시기에 문화를 반전시킬 만한 요소였다.


노사 공동의 살아남기 위한 분투

코스모신소재의 전환 과정은 고스란히 경영실적에도 드러난다. 1996년 3,757억 원이었던 기업 매출액이 2000년 2,136억 원으로 급락한다. 2000년 영업이익은 –509억 원이었다. 2007년 매출액 1,035억 원(영업이익 –258억 원) 최저점을 찍고 2010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5년 뒤부터는 매출액 그래프가 솟는다. 2018년 5,34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9년, 2020년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활성화로 최근 공장 신설도 이뤄졌다.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주요 물질인 양극활물질 수요 증가로 생산량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전환의 고비를 잘 넘긴 덕이다.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힘은 노사 모두가 생존이라는 욕구를 공유했다는 것이다. 각자의 욕구가 아닌 공동의 욕구였기에 시너지가 생겼다. 각자의 욕구를 달성하고자 했다면 서로가 서로를 발목 잡았을 수 있다. 공동의 욕구는 코스모신소재가 나아갈 방향, 조직문화, 새로운 사업 부문의 구상, 워크아웃을 버틸 수 있는 힘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됐다. 다만 공동의 욕구는 표면 장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물컵과 같다. 공동의 욕구라는 균형이 깨지지 않게 서로가 서로를 제어하고 다독이는 질서를 만들 필요가 있는데, 코스모신소재는 그 질서 만들기를 주체들의 참여로 시작했다. 이러한 코스모신소재의 사례는 산업 전환 시대의 당사자들에게 시사점을 던져 준다.

출처 : 참여와혁신(http://www.laborplus.co.kr) 박완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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